아이폰 유저의 갤럭시 Z Flip3 주저리

2021. 8. 21. 17:56잡담/잡생각

신년 되자마자 쓰기 시작했으니 필자가 아이폰12를 쓰게된지 8개월 하고 21일이 지나가고 있다. 인터넷에 올라온 수많은 단점들이 있겠지만 쓰는 입장에서 아이폰12가 크게 모난 부분은 없다. 소위 말하는 카메라 고스트 현상도 눈에 띄게 스트레스 받던 적이 없고, 이따금씩 쓰다가 지랄나는 일(멈춘다거나)가 없다곤 못하겠지만 그거때문에 과한 스트레스를 받은 적도 없다. 갤럭시 쓸 때도 겪었던 일인지라.

아이폰12로 찍은 야간 사진. (하얀 네모: 고스트 현상으로 인해 반사된 놈들)

디자인이 반절이라는 아이폰이지만 필자의 입장에서 아이폰의 매력은 압도적인 '성능'이었다. 그런 필자에게도 이번 Z플립3은 성능에 대한 욕심을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너무 매력있는 스마트폰이다. 현실적인 이유로 누른 취소버튼이지만, 제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매력은 매우 확실했다.

수 번을 삿다 취소했다를 반복했었던 Z플립3 크림, 결국엔 취소했지만 아쉬울 뿐이다.

오랜만에 켜는 블로그의 글쓰기에서 필자는 폴드가 가진 매력과, 삼성이 제시한 방향에 대한 주저리를 남겨보고자 한다. 어차피 세상에 정답은 없지만 적어도 필자가 보는 시각에서의 Z플립3은 꽤나 명확한 방향성을 보여줬다.


삼성이 가진 고질적인 단점, '디자인'을 고치다.

갤럭시S를 년단위로 갈아치우면서 쓰던 필자가 느꼈던 단점은 'MZ세대가 아닌 4060이 선호하는 디자인'이었던 것이다. 분명 사용하기에 편하기 위해 후면 글라스와 알루미늄 프레임을 깎아서 그립감 등을 보강하는 등 공학적이고 과학적인 요소가 가미되긴 했지만 제품 자체가 못 생겼고, 디자인 때문이라도 갖고 싶다는 매력은 없었다. 

Z플립3은 그간 삼성전자가 겪는 약점을 크게 개선했다. '단색 컬러를 이용한 투톤'과 '투박하기 그지없던 카메라 디자인'. 이 2가지를 개선했더니 앱등이에게 "애플을 따라했다"는 듣게 됐다.

따라했는지 아닌지는 보는 사람 눈에게 판단을 넘긴다.

제품을 패션아이템으로, '악세사리' 대거 구축

'접어서 휴대성을 챙긴다'라고 말을 하지만 정작 접어서 얻는 아이덴티티는 없었다. 제품의 부담되는 가격에 더불어 마땅한 아이덴티티가 없으니 소비자들이 제품에 끌릴 이유는 만무, 삼성 생각보다 잘 팔렸을지는 몰라도 플립의 과거는 그랬다.

삼성전자는 플립의 악세사리를 '대거' 구축해서 제품 아이덴티티를 위한 노력을 선보였다. 열쇠고리형 케이스, 악세사리를 달 수 있는 케이스 등 오래 전 피처폰 시절에나 쓰던 악세사리류들을 이번 Z플립3에서는 쓸 수 있다.

이제는 과장도 아닌 것이 에어팟을 바지 벨트 부분에 걸어서 휴대하는 것 처럼 휴대폰을 이런 악세서리처럼 할 수 있다.

유튜브 영상들을 인용해야겠다.  정품 케이스가 이정도로 나와서 방향성을 잡아준다면 수많은 서드파티들은 충분히 기대할만 하다.

아쉽던 하드웨어들을 개선

하드웨어 분야가 백날 개선된들 사람들은 모른다. 여러 객관적인 지표들이 아무리 증명을 해도 대중은 생각보다 우둔하기 때문이다. 좋은건 좋다고 생각해서 좋은거고, 선입견에 빠져있다는 것을 잘 모른다.

 

대표적인 것이 '아이폰 카메라가 잘 나온다'라는 개소리가 풍문으로 돌아다니는 것이다. 사진은 절대적으로 갤럭시가 잘 나오지만 사람들은 관심 없다. 아이폰이 이쁘고, 그 이쁜 아이폰이 사진 잘 찍힌다는 지표로 나올 수 없는 본인의 뇌피셜, 주변의 뇌피셜을 믿을 뿐이다. 

 

그럼에도 체감이 되는 하드웨어는 있다. 스피커, 화면, 방수방진, 배터리 등 은근히 소비자들이 신경쓰는 하드웨어 요소들. 삼성은 이번 제품에서 이들을 전면적으로 개선했다.

 

일단 전작에서 못 하던 스테레오 스피커를 구현해 스피커 사운드의 웅장함과 편안함을 확보해줬다. 그리고 IPX8 생활방수를 지원해서 물에 대한 위험을 줄여줬다. 또한, 120Hz 디스플레이를 사용함으로써 사용에 부드러움을 구현했다.

 

다만 배터리는 3,300mAh 그대로인 부분이 조금은 아쉽다.


위에 주저리주저리 써봤지만 아이폰을 쓰는사람들이 Z Flip3로 넘어가진 않을 것이다. MZ세대의 아이폰 유저들은 아이패드, 애플워치, 에어팟 등으로 갤럭시로 떠날 수 없는 이유가 있기도 하고. 당장 갤럭시-갤럭시/아이폰-아이폰 끼리 CMC는 되지만 갤럭시-아이폰/아이폰-갤럭시 아종간의 연동이 안 된다. 

 

몇십만원을 투자한 사람들이 한번에 옮기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그래도 아이폰만 쓰는 사람들이 넘어가는 것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됐다. 왜냐면 이쁜게 반이니까. 아이폰12의 128기가 제품이 116만원, 256기가 제품이 130만원이지만 갤럭시Z플립3 256기가 제품이 125만원이다. 워치는 갤럭시워치4가 애플워치SE보다 9만원 '싸다'. 버즈2는 에어팟프로보다 온라인 기준 9만원, 출고가 기준 약 18만원 싸다.

 

필자는 Z Flip3을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삼성이 새로 보여준 디자인적인 방향성, 그리고 워치의 개선, 그리고 버즈와 앞으로 나올 갤럭시탭을 통한 삼성 갤럭시의 에코시스템 개선. 거대기업 제품으로부터의 유출을 방어하고, 동시에 삼성의 아이덴티티를 공고히 하는 시작점이 되지 않을까.

 

다만 One UI의 개선은 필요하다. 폴더블에 맞도록. 그리고 제발 좀 최적화좀 좀.

삼성은 기존 제품의 광고조차 뺀다고 기사를 낼 정도로 소비자 관점에서 제품을 다시보기 시작했다. 디자인, 사용성 등 전반적으로 변해가는 지금의 기조가 보다 소비자 친화적으로, 우직하게 몇 년만 끌고 가줬으면 좋겠다. 꾸준하다면 애플에 미친 사람들이 삼성을 몇 번 더 쳐다보고, 관찰해보고, 생태계를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나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