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하지도 않은 VELVET에 대한 생각.

2020. 4. 24. 00:33카테고리 없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LG전자 MC사업부의 부운이 걸린 LG 벨벳이 근 몇 일 간 내 타임라인과 카카오톡 대화, 내가 유일무이하게 들어가는 커뮤니티의 화두이다. 모든 곳에서의 초점이 LG VELVET을 겨냥(?)하고 있다.

 

 

사실 퀄컴의 스냅드래곤 AP는 그간 LG전자가 늘상 사용해왔던 물건이긴 하다. 문제가 있다면 스냅드래곤 765G도 아닌 스냅드래곤 765가 회사를 대표하는 '플래그쉽' 라인에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이 부분에서 LG전자 MC사업부라는 회사 입장을 대변하자면 ①회사의 재정상태가 좋지도 않고 ②코로나 시국에 ③스냅드래곤 865가 전작 855 대비 가격이 올랐으며 ④퀄컴이 소량 주문에 있어 공급 및 단가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 등등 이유야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전작 플래그쉽 칩만 못하다고는 하지만 기함급 칩셋인 삼성 엑시노스 990이나 9820/9825 V50/V50s 탑재를 위해 주문했던 재고, 스냅드래곤 855 자기들이 늘 불리할 때 사용하던 미디어텍 플래그쉽용 디멘시티 같은 이름에 걸맞는 AP를 탑재하려는 노력은 보였어야 했다. 소비자가 이해해줘도 되는 부분이 아니다.

 

굳이 765를 사용해야 했다면 차라리 삼성의 엑시노스 980을 사용했어야 했다. 삼성 측에서 엑시노스를 판매할 때 카메라를 비롯 여러가지를 패키지로 판매하기 때문에 스냅드래곤 765를 쓸 바에야 삼성의 엑시노스 980을 사는 것이 상당한 이익이었을 것이다.

 

 

대중적인 프리미엄, 매스 프리미엄이라는 없던 신조어까지 만들면서 프리미엄의 느낌을 내기 위해 디자인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물론 디자인에 공을 들이느라 나머지에 죄다 악수만 둔 것은 LG전자의 큰 패착이다. 제품이 까지기 전까지는 카더라라고 하지만 회사 제품의 아이덴티티와 같은 Quad DAC의 부재 89만원이라는 가격이 무색한 듀얼스크린 미포함 6GB의 RAM (사실 8GB라고 문제가 아닌 것도 아님) ④망원 카메라 부재 ⑤중국 제조사들도 사용하는 펀치홀 OLED가 아님 등 어떻게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을 써서는 안 될 짓만 골라서 했을까?

 

물론 Quad DAC같은 Geek을 버리고 mass를 택한 것은 옳은 선택이다. 단가상승의 요인을 배제해 원가절감을 극대화하고 그 틀 안에서 최상의 성능을 뽑아내 판매하는 것은 모든 Android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아니 모든 제조업계에 숙명이다. 사실 LG MC가 상당한 설계력을 뽐내 Quad DAC가 아닌 제품에서도 타사보다 더 좋은 성능을 뽑아낸다는 것을 증명해하기도 했고.

 

문제는 Mass Premium이라는 것이다. 대중적인 프리미엄을 챙기기 위해 디자인에 상당한 공을 들였건만 제품의 성능이 프리미엄 값을 못 한다면 그 제품을 과연 프리미엄이라 부를 수 있을까?

 

사활도 한두번을 걸어야지 너무 많이 걸어서 이번 제품마저 진정 사활을 건 제품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지금 Android 업계 부동(을 위협받고 있는) 1위인 삼성전자가 왜 지금 전 세계적으로 욕을 먹고 있을까? S20 시리즈를 너무 못 만들어서? 그게 아니다. Galaxy S20의 제품 값을 최소 999달러로 올려놓았지만 999달러 이상의 가치를 한다는 믿음이 소비자들에게 없기 때문이다. Android OS 업데이트 2회만 하고 보안패치 해주는 것에 감사하라는 삼성 제품의 999달러면 사실 아깝지 않은가? Apple은 5년을 해주는데 말이다. 

 

심지어 삼전은 최근 One UI 2.1을 올린다고 여러 난리를 쳐 놓았지만 정작 S20과 똑같은 UI가 적용된 제품은 업그레이드 된 제품 중에는 없었을 뿐 아니라 S9와 Note9는 바로 토사구팽처리해버려 사용자들에게 브랜드 신뢰도가 깎였다.

 

LG전자 스마트폰에 대한 이미지는 그냥 더도말고 덜도말고 비웃음당하는 이미지다.

 

그런 의미에서 LG VELVET의 예상 출고가인 899,800원은 심각한 문제다. LG전자에게는 더 이상 깎일 브랜드 이미지가 있기나 할까? 아니면 가전에서 삼성과 쌍두마차라고, 스마트폰에서도 자기들이 여전히 삼성과 쌍두마차라고 생각하는 걸까? LG전자가 지금 Android 스마트폰에서 Huawei, oppo, vivo는 당연히 못 이기고 모토로라와 노키아, ZTE 정도를 이길 수 있는 체급이기는 한가?

 

수뇌부들이 진정 회사 이미지를 제대로 알고는 있는지, SWOT이라는 중, 고등학생도 해보는 가장 간단한 분석을 해봤다면 벨벳을 이렇게 출시했으면 안 됐다. LG전자가 갖고 있던 문제는 결코 G랑 V 시리즈라는 플래그쉽 네이밍에 덮어진 문제가 아니라 LG전자라는 이름에 뒤덮인 문제였으니까. 이제는 MC사업부의 부운이 걸렸다고 봐야하는 제품인 LG 벨벳이 무난하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인 이유다.

 

 

iPhone SE 2세대. 많은 iPhone 유저 뿐 아니라 대중이 원하던 매스 프리미엄은 이런 물건이었다.

 

"오래가는 디자인, 오래가는 성능, 오래가는 지원, 그러면서도 부담되지 않은 가격"

 

iPhone SE의 베이스가되는 iPhone 8은 뛰어난 스마트폰이 아니었다. Apple이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견인한 것이 매우 크다고 봐야한다. 하지만 오래봐도 지겹지 않은 디자인과 성능, 베이스를 가졌다. 

 

물론 현세대 기함급으로 비교를 하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펀치홀도, 물방울 노치도, 이마급 노치도 아닌 HD 해상도급 4.7인치 16:9비율 디스플레이, 현세대 스마트폰에 비해 매우 넓은 베젤은 분명 감점요소일 수 있으니까. 단지, Apple은 자신들의 기본기와 AP인 A13 Bionic으로 iPhone SE의 모든 것을 견인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iPhone SE의 CPU 성능은 현존하는 모든 Android 스마트폰을 압도하고 Apple 제품 간의 연동성을 충분히 챙겼음에도 $399, 55만원이다.

 

스냅드래곤 765가 탑재된 수많은 스마트폰의 가격대가 50만원은 커녕 30만원대에 머무른 지금 대중적인 프리미엄을 원했던 LG전자는 '플래그쉽'으로 비벼봐야 할 89만 9천8백원이 아니라 55만원 즈음의 가격대로 시장을 겨냥해야했다. 매스 프리미엄은 '대중적인 프리미엄'이기 때문에 대중의 인정을 받아야 프리미엄일 수 있는 제품이니까.

 

 

베트남에서 벨벳 제품의 판매가가 $559(현재시간 환율 약 69만원)라면, 만약 실제로 그렇다면 LG전자는 국내에서의 사업을 속히 그만 두기를 요청한다. 대한민국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고, 특히 제품 자체가 돈값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LG전자의 제품을 89만 9천8백원을 주고 구매하는 사람은 'LG를 믿고 사는 사람' 빼고는 없을 것이다.

 

SKT에서 Android 서열 3위인 oppo와 접촉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 오늘날이다. LG전자가 진짜 MC사업부의 부운을 걸었다면 보다 합리적으로, 보다 말이되는, 보다 지속가능성이 있는 가격과 사양, 소프트웨어를 담아 제품을 출시했으면 좋겠다.

 

이번 제품은 과연 지속가능성이 충분할까? 내가 LG전자의 제품을 지속적으로 기대하면서, 아쉬워하는 이 궁금증이 이번 벨벳으로부터 풀리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