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P] 군대를 다녀온 후 쓰는 가이드북을 보며... (다른시각의 준비물)

2017. 2. 4. 22:54TIP

 14 922, 지금도 생각하기 싫은 끔찍하디 끔찍한 날이다. 나라는 자유의 몸이 대한민국의 국방노예, 아니 그냥 노예 이하로 부려지게 된 그 날, 그러니까 군 입대 날 이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이 블로그 주인과 같은 곳, 그러니까 논산에 있는 육군훈련소에서 군 생활을 시작했다.다만, 육군훈련소에서 병사를 훈련시키는 교육연대는 25,26,27,28,29,30. 6개의 교육연대가 있기 때문인지 이 블로그 주인과는 꽤나 달랐던 경험을 한 듯 하다.

 

실제로 군대와 관련한 내용은 훈련 같은 큰 틀을 제외하고는 교육연대마다, 교육연대 내 교육중대마다, 그 교육중대 안에서도 소대마다의 내용 차이가 존재한다. 나라를 지키는 군대라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높으신 분들내에서의 성과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이는 자대도 마찬가지이다. 사단 지휘관, 그리고 그 예하 연대/여단 지휘관, 또 대대 지휘관마다 군생활이 180, 아니 360도 바뀔 정도이다. 이는 미리 알아두었으면 좋겠다.

 

훈련소에서 필요한 준비물.

 

 블로그 주인이 말했듯 입대 준비물은 꼭 필요한 준비물보다는 나 자신을 위해 챙겨가는, 불편함만 많은 곳임을 알기에 그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고자 챙겨가는 느낌이 강하다. 몸둥아리와 나라사랑카드만 가지고 가도 수료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만인이 불신하는 대한민국 국군의 모습이기에 다들 이런 것을 검색하는 것을 알고, 경험을 했던 자로써 불필요한 지출은 최대한 줄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작성한다.

 

 육군훈련소의 경우 연대별, 대대별, 중대별로 규정이 매우 다르다. 그래서 30연대 XX중대에서 생활한 블로그 주인과 28연대 XX중대에서 생활한 나의 모습은 많이 다르다. 우리는 실제로 물건을 단속하기 위해 관물대(체스터)를 뒤집어 엎는 일이 있었고, 이로 인한 단체 얼차려가 있었다. 물론 실질적으로 같이 생활하는 훈육분대장이 1명이기 때문에 안 걸리면 장땡이다. 다만 우리 분대가 훈육분대장 옆자리여서 걸렸을 뿐.

 

 하지만 제발 담배만큼 챙겨가지 않길 바란다. 훈련병 말기 시절 담배피다가 적발되어 영창 15일생활하고 온 훈련병이 우리 소대로 들어왔는데 너무 불쌍했던 기억이 있고, 자대에서도 담배로 인해 훈련병 시절 휴가가 사라지고 군생활이 늘어난 분들을 봤기 때문에. 그냥 이 참에 담배 끊어라.

 


일단 이 사진에서 나온 이야기 35일이 아니라 42일임을 미리 알린다. 입소대와 수료의 1주는 왜 포함 안했는지아무래도 글쓴이의 시간에 지남에 따른 기억 말소였던거 같다.

 

폼클렌징

샴푸 & 린스

나라사랑카드

손목시계

매직, 네임펜

휴지 & 물티슈/클렌징티슈

평소 복용하던 약 / 의사진단서

연고 및 밴드

운전면허증 & 자격증

군화 깔창

스킨/로션 & 수분크림

신분증

라이트펜

썬크림

골무

위장크림

무릎보호대

이어플러그

우표

수첩

여분의 볼펜

여분의 안경 / 렌즈 & 식염수

안대

물집패드

 

< 꼭 필요한 물건들에 색을 칠해놓았는데 이 물건들을 사전에 가져가야한다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 국군이 얼마나 병사들을 강아지 이하로 취급하는지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끌려가는 와중에 준비물까지 준비해라 라니… >


폼클렌징 & 샴푸/린스, 스킨로션 & 수분크림, 썬크림

글쎄, 난 이걸 왜 가져가는지 모르겠다. 우리의 경우 가져가기는 하지만 막상 사용하지는 못했던 물건이다. 초반부터 사회에서 가져오라는 물건을 다 걷는데 그 때 대부분이 뺏기고, 추가적으로 관물대를 점검하는 사건들이 생기면서 또 뺏겻다. 그래서 우리 교육중대 사람들은 폼클렌징이니 샴푸니 린스니 하는 사회의 귀한 물건들을 종교행사를 통해 획득했지, 사회에서 미리 가져온 물건을 쓰는 사람들은 없었다.

 또한, 보급 비누는 끔찍해도 훈련소 내에서 단체로 물품구매를 할 때 비누 등의 물품을 구입할 기회를 주기 때문에 그 때 비누는 사면 된다. PX물건이고, 싸제품이기 때문에 품질 역시 나쁘지 않다.

 스킨로션과 수분크림, 썬크림 역시 마찬가지이다. 있으면 쓸 수야 있겠지만 사전에 뺏는다. 몰래 쓸 수 있다면, 잘 숨겨서 쓸 수 있다면 가져가되 그렇지 않다면 과감히 안 챙겨가는 것이 모든 것에 좋으리라 생각한다.

 

나라사랑카드

 두 말 하면 입 아프다. 생활의 필수품이다. 이거 안 가지고 가면 군대에서 단체 물품구매할 때 참여도 불가능하고, 나중에 재발급받을 일이 생기는데 진짜 불필요한 일이다. 그냥 처음부터 챙겨가는 것이 몸도, 마음도, 정신머리도 편하다.

 

손목시계

 가져가지 않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휴대폰이 없는 삶에서 시계까지 없으면 상당히 고통스럽다. 간혹가다 시간을 보지 않고 하루 끝~’하며 만족감을 갖는 이들도 있지만, 11초가 빨리 끝나길 바라고 그 빌어먹을 훈련분대장(그러니까 조교)들의 시간 커트라인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이 물건 역시 나라사랑카드와 같이 선택지의 물품이 아닌 필수적인 물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매직 & 네임펜

 육군훈련소 시절부터 수많은 물건들에 자기 이름을 주기하라는 지시가 많이 내려온다. 물론 그들은 매직도 네임펜도 던져주지 않는다. 미리 밖에서 구매해서 와야한다. 이름을 수십군데 써놓아도 자기 물건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곳이 군대인데 이름을 써놓지 않았다? 그럼 당신이 받은 보급품은 그 날 불침번 중 누군가에 의해, 아니면 그냥 당신도 모르게 남의 물건이 될 것이다. 부디 꼭 챙겨가길 바란다.

 

휴지 & 물티슈 [클렌징티슈 포함]

 휴지의 경우 초도보급으로 2개가 나오고, 물티슈는 보급 없다. 현재도 이와 비슷한 상황으로 알고 있지만 아시다시피 휴지라는 물건과 물티슈라는 물건은 다다익선이다. 화장실을 많이 가는 사람한테는 2개는 턱없이 부족하며, 거기에 비염 등이 있으면 더 이상의 자세한 말은 생략한다. 휴지는 군대에서 많을수록 좋다. 물론 안 가져가도 딱히 상관은 없다.

 물티슈는 쓸 일이 별로 많지 않았다. 그냥 처음 봤을 때 더러워서 미칠 것 같은 관물대를 닦는 일, 각개전투 때 위장크림으로 더럽히는 내 피부를 닦는 일. 나는 이 때에만 썼던 것 같다. 그렇다보니 물티슈보다는 클렌징티슈를 챙겨가는 것이 실질적으로 더 유리하다.

 

& 의사진단서.

 평소에 병이 있다면 훈련을 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

 당신의 소중한 육체와 정신, 그리고 의지가 국가에 맡겨진다. 그런데 당신이 병이 있다면 그 병을 키워서 미래의 자신에게도 해를 끼치고 싶은가? 그 어떤 사람도 그렇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복용하고 있는 약과 그 약을 처방한 의사의 진단서는 꼭 필요하다. 탈모라면 탈모를 방지하기 위해, 심한 병이 있다면 그 병을 더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필요악이 아니라 꼭 필요한 물건이니 입대 전 약을 받을 때 꼭 의사의 진단서를 같이 동봉하길 바란다. 군대에서 수급이 가능한 약이면 몰라도 그렇지 않거나, 군부대의 생각없는 간부들이 약을 뺏어가려 할 때 들이밀어야 할 인증서로 필요하니까

 

연고 & 밴드

 필수품이 아닐수도 있는 물건들 중 하나이다. 하지만 훈련 도중, 그리고 각종 교육 도중 상처가 생겨도 의무대는 매일 저녁에만 갈 수 있기 때문에 (상처가 모래에 뒤덮여 보이지 않을 즈음 의무대를 간다. 아무리 심한 상처더라도) 미리 챙겨서 의무대 갈 일을 덜어내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운전면허증 & 자격증

 모집병에게는 상관 없는 물건들이지만 징집병들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이다. 이 자격증들로 인해 당신의 보직이 어떤 부대의 땅개가 될지, 남들 구르고 쉴 때 죙일 행정반에서 작업하는 행정병이 될지, 그 누가 뭐래도 군대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키울 수 있는 의무병 / 운전병이 될지 정해지게 된다. (하지만 있다고 특기를 준다고는 한적은 없다) 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격증은 꼭 필요하다. 인터넷에서, 그리고 주변에서 들었던 조금이나마 편한 보직을 위해서라면

 

군화 깔창

 필요 없다. 구형 전투화 시절 너무 밑창이 딱딱해서 물집이 잡히니까 챙기라고 했던 물건들 중 하나인데 요즘 전투화들은 신형으로 개선된 후 밑창 등이 다 등산화마냥 좋아져서 필요 없는 물건이다. 물론 자신이 평발이거나 쓰던 깔창이 좋을 것 같으면 챙기면 도움이 된다. (평발이면 반드시 챙기시길)

 

신분증

 우리나라는 언제, 어디서나 신분증이 필요하다. 이하 대답 생략한다.

 

라이트펜

 이 물건은 편지를 쓰기 위해 필요하다기 보다는 각개전투 시 야간숙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후레쉬를 챙겨가는 것도 썩 나쁘지 않은 방법이지만 뺏긴다면 비책으로 쓰면 되고, 야간에 취침시간에 여자친구나 가족, 친구한테 온 편지를 몰래나마 읽기 위해서도 필요하고, 불침번을 서면서 다음 근무자를 깨우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야간 생활에 적응하고 있지 않은 당신을 위해 필요한 물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뿐만 아니라 당신이 가지고 있는 볼펜이 망가졌을 때 필기구로써도 유리하게 활약하는 물건이다. 그래서 있으면 좋으니 2개쯤 가져가는 것을 추천한다. 초기 불량일 확률과 마구 야전에서 구르던 흙먼지로 나오지 않을 가성성도 존재한다.

 

골무

 바느질을 할 일이 많다. 그들은 가뜸이라 부르는데 아무튼 바느질을 할 일이 많다. 특히 군대의 보급 텐트천막은 바느질이 매우 안되고 드럽고 쓰레기인데 이를 바느질하라고 시키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필요한 물건인 듯 하다. 이 때 바늘이 많이들 부서지고 손가락이 많이들 찔리는데 조심하고 이것이 있으면 도움이 많이 될 듯 하다.

 

위장크림

 못 쓰게 할 수도, 뺏을 수도 있으나 이 물건은 꼭 챙겨가길 바란다. 사회에서 판매하는 위장크림은 썬크림 효과를 같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로 인해 햇볕 째는 각개전투 훈련 시 많이 유리하다. 또한 피부에 잘 발리고 잘 지워지는 것 역시 사실이다.

 군에서 던져주는 위장크림은 양도 얼마 없어서 잘 발리지도 않는데 지울때는 잘 지워지지도 않는다. 물론 군에서 던져주는거나 사회에서 사온 물건이나 피부가 썩는 것은 둘 다 똑같다. 무엇이 더 피부 원상복귀에 유리하냐의 차이일 뿐

 

무릎보호대

 블로그 주인은 이게 필요한 것 같다 했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훈련받으면서 그냥 무릎이 아파 멍이 든 적은 있지만 딱히 멍이 든다고 나쁜 건 아닌듯(이게 군대의 폐혜).

 애초에 무릎보호대를 제대로 찰 시간이나 있는지, 본인이 그럴 여유를 찾을 수나 있는지 묻고 싶다. 막상 사가도 시간이 넉넉치 않아서 무릎보호대를 차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기 때문에 굳이 챙겨갈 필요 없는 물건이라 생각한다.

 

이어플러그

 꼭 챙겨가라. 사격할 때나 되야 나눠주는데 금방 더러워져서 비위생적인 물건이 되는 것을 떠나서 잘 잃어버리는 물건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자대의 경우 의무대에서 달라하면 주는 경우가 있지만 당신의 신분이 찌질한 훈련병인 시절 당당하게 의무대에서 의무병이나 군의관한테 그 물건을 달라고 할 수는 없을거니까애초에 그거 달라고 의무대 갈 일도 없을 거고. 그런 이유로 여러 개 사가면 편하다.

 이 물건이 없으면 위험한 것이 사격할 때 총소리는 당신 상상 이상으로 크고, 사격 소리 때문에 이명이 걸려서 전역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그것을 조금이나마 방지하기 위해 필요하고, 이는 자대에서도 마찬가지다.

 취침할때도 코골이 소리에 시달리지 않으려면필요하다. .

 

우표

 난 우표는 꼭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추가구매를 할 수도 있겠지만 편지지는 줘도 우표는 주지 않는다. 거기서 낙이 편지쓰는 것 밖에 없다. 그래서 필요하다. 편지를 썼는데 보낼수가 없다면 이 얼마나 슬픈 일일까

 

수첩

 내 기억엔 안 줬던 것 같다. 이것저것 필기하기 위해 필요하다. 쓸데없이 외우라는 것은 많은데 적을곳이 없어서 그냥 받은 A4용지 귀퉁이에 적은 생각이 난다.

여분의 볼펜

 볼펜은 초도보급 된다. 3색볼펜이 보급 되는데 역시나 품질은 쓰레기고 잘 잃어버리는 물건 중 하나이다. 그래서 볼펜도 다다익선의 물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많아서 나쁠 건 없는 것이 휴지와 같다.

 

여분의 안경 / 렌즈 & 식염수

 안경 기스가 잘 난다. 훈련을 하면서 땅바닥에 구르고 모래먼지에 뒤덮히는 일이 잦아서 안경 렌즈에 손상이 크고 훈련을 하다가 떨어뜨린 안경을 누군가가 밟아서 부서지는 일이 잦다. 그러므로 여분의 안경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고, 당신이 꼭 챙겨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렌즈는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있다. 안경 착용자의 경우 사격할 때 매우 불편한데 렌즈가 있다면 조금이나마 편하리라 생각한다. 꼭 가져가자.

 

물집패드

 신형전투화 사용으로 인해 물집 생길 확률이 적다. 역시 필요 없다.

 

  21개월의 군생활은 좋으면서 끔찍했고, 끔찍하면서 좋았다. 거기서 만난 사람들은 좋았지만 되돌아가고싶지는 않은 기억이랄까? 당신의 군생활이 어떻게 될지, 당신 가족의, 친구의 군생활이 어떻게 될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시작이 좋아야 마무리가 괜찮다는 말이 있다. 부디 사고 없이 군생활을 하기를 바라며 가족의 소중함, 연인의 소중함, 그리고 친구의 소중함을 그 안에서 뼈가 저리도록 느끼고 오길 바란다. 아마 입대 전과의 자신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 장담한다.

작성자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내용 또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내용과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할 것이다. 그만큼 같은 육군훈련소여도, 같은 신병교육대여도 여러가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법 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내용들 중 중복으로 강조하는 물건들은 반드시 가져가는 것이 좋고 상이한 물건들은 그냥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챙기는 것으로 생각함이 편하다. 한번뿐인 인생에 다치지 않고 무사히 수료하기를 마음에서 이 글을 마친다.

 

모두의 전역을 간절히 기원한다. 예비군 가기싫다.